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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주절주절

3일간의 체험, 삶의 현장 (카페 알바 후기)

by 아이엠 제니 2021. 4. 3.

 

 

집에서 코 앞! 카페 알바 도전!

 

 

수입을 늘려 보려고 주말 알바를 알아보던 중 정말 코 앞에 있는 카페에 알바 채용 공고가 올라왔다.

평소에도 몇 번 방문한 적 있는 카페고, 가까워서 딱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원했고, 매니저님께서도 바로 오케이 하셔서 이번 주 목요일부터 교육 및 알바가 시작되었다.

목, 금, 토 매니저님과 교육받으며 일하고, 당장 일요일에는 나 혼자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

 

 

 

첫째 날

 

 

머신 작동 방법과 커피 내리는 방법을 배우고, 레시피를 받아서 외워가며 매니저님을 서포트했다.

카페 알바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머신을 작동하자니 버벅거렸다.

사소한 행동 하나도 그것 때문에 맛이 변할 수도 있을 거라는 걱정 때문에 신경 쓸게 많았다.

예를 들면 포타 필터를 머신에서 뺄 때 물을 한번 내려서 그룹 헤드에 찌꺼기를 빼줘야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것과 같은 행동.

포타 필터를 분리해서 에스프레소 하나를 추출하기까지 신경 써야 하는 행동이 생각보다 많았다.

물론 이 일을 해온 사람들에겐 정말 별 거 아닌 부분이겠지만 처음 접해보는 나에겐 하나하나가 집중해야 했고,

이것에 플러스로 음료 레시피를 떠올려야 하고, 어떤 순서로 만들어야 하고, 그다음 오더를 하기 위해 뭐부터 정리해야 할지 한 번에 떠올리려니 죽을 맛이었다.

그래도 커피 뽑는 건 몇 잔 나가보니 할만했다.

 

 

 

 

레시피의 구렁텅이

 

 

 

문제는 커피 외의 음료들이다.

어떤 음료는 우유가 180그램, 어떤 건 230, 어떤 건 200.

아이스냐 핫이냐에 따라서 우유 양이 다르고.

가루 타야 하는 음료는 어떤 가루는 몇 그램, 어떤 시럽은 몇 그램, 어떤 건 우유에 먼저 녹이고,

어떤 건 물에 타서 녹이고, 어떤 건 커피에 녹여서 위에 붓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부터 내 정신은 안드로메다를 향해 달려간다.

또한 매니저님께서 처음에는 정석대로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모든 음료와 소스들을 하나하나 저울에 재가면서 만들었다.

메뉴에 따라서 우유 양도 달라서 우유도 재고, 녹차라떼에 들어가는 녹차 가루도 재고,

연유 라떼에 들어가는 연유도 재고....

주문이 밀릴 때 레시피 별 그램 수 기억해내면서 재고 있자니 온갖 압박감이 날 짓누르는 것 같았다.

 

 

 

 

 

애매한 날씨까지 한 몫하는 카페 알바

 

 

요즘 날씨가 막 덥지도, 막 춥지도 않은 애매한 날씨다.

그래서 아이스와 핫 음료가 섞여서 주문이 들어온다.

막 얼음 타다가 우유 스팀 쏘다가를 반복해야 한다.

또 아이스와 핫에 따라서 동일한 메뉴여도 바로 테이크 아웃 잔에 만들어도 되는 음료와

계량컵에 만들어서 나중에 부어야 하는 음료도 있더라.

내가 이 분야에 대해서 경력을 쌓아야 하거나 앞으로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오히려 이런 날씨가 빨리 여러 음료를 한 번에 배우고, 습득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난 카페 창업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왜냐하면 객단가가 너무 낮기 때문에.

 

 

 

내가 체험했던 카페만의 특성

 

 

진짜 동네 이웃들만 오는 카페였다.

동네 할머니,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오는데...

커피 하나씩 시켜놓고 야외 테이블에서 술이랑 안주 사 와서 마시는 분들도 있고;

매니저님이 항상 혼자 일해오셨던 곳이라서 단골 별 레시피도 있다.

누구는 시럽 세 번, 누구는 덜 달게, 누구는 얼음 조금...

그리고 여기가 마을버스 회차하는 곳이라서 마을버스 기사님들은 계산 먼저 해놓고 나가신다.

그럼 그 마을버스 차량 번호를 봐놓고 있다가 다음 회차 때 음료를 만들어서 버스까지 갖다 줘야 한다 ㅎㅎ

또 몇몇 손님은 선결제해놔서 장부에 기입해놔야 하고 ㅋㅋㅋ

내가 일하게 되면 그렇게 까지 안 해도 된다지만 일단 주문 많을 때 그런 특정 손님이 말을 걸거나

주문을 한다면 모든 게 다 꼬일 것 같은 게 안 봐도 훤 해 보였다.

 

 

 

둘째 날 

 

 

아직도 직접 만들어보지 못한 레시피는 숫자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이게 몇 그램이었지? 멍-'

다행히 매니저님이 좋은 분이라서 뭐라 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바로바로 알려주시진 않았다 ㅎㅎ

그냥 미소 지으며 알아서 한번 해보세요 하는 편인데...

숫자의 늪에 빠진 몇 초가 나에게는 너무 긴박한 상황이라 견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자꾸만 드는 생각

'3일만 교육받고, 일요일에 정말 나 혼자 할 수 있을까? 안될 거 같은데...'

매니저님은 할 수 있다며 첫 날은 본인이 80% 관여했다면 오늘은 60% 정도만 관여했다고.

그럼 다음 날은 더 좋아질 거고, 일요일에 혼자 할 수 있을 거라 하셨다.

'정말요?;'

 

 

 

셋째 날

 

 

출근 전 혼자 거울 보며 '야, 할 수 있어! 네가 지금까지 해본 알바가 몇 가진데! 괜찮아 쫄지마'

세 시간 만에 그 다짐은 와르르 무너졌다 ㅋㅋㅋㅋ

당장 그 다음날 혼자 오픈부터 마감까지 해야 했기 때문에 이 날 매니저님은 본인이 없다 생각하고 해보라 했다.

일단 오전까지는 매니저님이 옆에서 얼음을 퍼주거나, 캐리어에 담아 주거나, 주문을 받아주는 정도만 해주시고,

웬만한 건 혼자 만들어 나갔다.

그런데 점심시간 이후부터는 주문도 연달아 들어오고, 종류가 다양해졌다.

블렌더를 사용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아이스와 핫이 골고루 들어오고...

결정적으로 누군가 크림딸기라떼를 시키자 내 멘탈은 붕괴됐다ㅋㅋㅋㅋㅋ

상세한 레시피를 공개할 순 없지만 저기에는 소스 두 가지와 딸기도 들어가야 하고, 생크림도 즉석에서 쳐야 한다.

커피는 밀려가고, 중간에 낀 저 메뉴 하나에 허우적거릴 때 누군가 다가와 말했다.

"돌체 라떼 나오려면 멀었나요?" 

내가 손을 떨어본 게 얼마만이지? ㅋㅋㅋㅋㅋㅋㅋ

와.... 밀크 피쳐에 우유를 진짜 덜덜덜 떨면서 부었다.

떨리는 내 손을 보니까 더 긴장됐다.

 

 

 

 

매니저님, 그에게서 빛이 났다.

 

 

매니저님 눈에도 내 멘탈이 무너진 게 보였나 보다.

크림딸기라떼 까지 만들고 잠시 쉬라고 하시더니 자리 교체 후

진짜 빛의 속도로 밀린 주문을 후다닥! 후다닥으로도 다 표현할 수 없다.

정말 개 빠르게... 존나 개 빠르게! ㅋㅋㅋㅋㅋ 다다닥 만들어 내셨다.

그 매니저님께서는 약 10년 정도 이 일을 해오셨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슈퍼바이저로도 근무하셨던 분이라 그분께선 이 정도 주문은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하셨다.

 

 

 

 

포기

 

 

멘탈이 무너진 후 아침의 나의 다짐은 정말 무모한 도전이라 생각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나에게도 익숙해질 일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일하며 익숙해지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일 나 혼자서 이것들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이것은 아무리 내 스스로 정신 승리를 하려고 한다 해도 무모한 것임을 깨달았다.

 

나와 같이 일해줄 누군가 한 명이 더 있다면 저런 긴박함도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긴 했다.

나는 팀워크를 이루며 일하는 것도 즐거워하기 때문에.

하지만 그 매장은 주말 인원을 두 명 고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매니저님, 내일 저 혼자 절대 안 돼요.

그래도 혼자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면 그건 저에게 그만두라고 말씀하시는 것과 같아요."

매니저님은 그럼 내일 본인이 와서 도와준다고 한들 그다음 주에는 혼자 할 수 있겠냐 물으셨다.

NEVER ㅋㅋㅋㅋㅋ

내 생각에 나는 주말만 근무하기 때문에 적어도 한 달 보름 정도는 서포트해줘야 이 일에 조금 익숙해질 것 같다는 메타인지가 생겼다.

나의 말을 이해한 매니저님께서도 수긍하시고, 오늘까지 근무한 것에 대해서만 급여를 지급해주시기로 했다.

 

 

 

 

깨달음

 

 

 

뭐든 인내하고, 견뎌내야만 얻을 수 있지만 정말 아닌 것은 빠르게 포기해야 하는 것도 맞다.

아닌 것은 빠르게 정리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다.

나는 그저 최저시급 받고, 약간의 수입을 늘릴 목적으로 구한 일인데 이렇게까지 심리적으로 큰 압박과 육체적 피곤함을 느끼며 해야 할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됐다.

만약 내가 앞으로 카페를 창업하고 싶거나, 이 분야로 경력을 쌓아야 하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든 버텨야 하는 게 맞지만 난 아니었다.

나에게 커피는 그저 돈 주고, 사서 마시며 즐기는 걸로 만족하는 게 맞다고 생각되었다 ㅋㅋ

훗날 집에서 홈카페 정도는 취미 삼아하더라도 일로 하고 싶진 않다 ㅋㅋ

물론 카페 알바가 잘 맞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이것은 그냥 나와 맞지 않음을 깨달은 것이고, 내가 앞으로 걸러야 할 업종을 찾게 된 것뿐이다 ㅎㅎ

 

 

 

 

얻은 것과 감사함

 

 

 

고작 3일 일 하고, 손목 통증과 가슴 근육통을 얻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탬퍼로 포타 필터 누르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안 쓰던 근육을 쓰게 되니 아프다.

지금까지 어릴 때부터 내가 해본 알바를 나열해 보자면

사무직 외 맥주 바, 족발 집, 택배 분류, 제빵 성형, 빵집 포장, 치킨 포장, 호프 서빙, 꽈배기 집, 헬스 인포,

렌즈 공장 검수, 애견용품 샵, 분양 안내, 바이럴 마케팅, 일본 소바 집 등등 진짜 다양했다.

이렇게 다양한 업종에서 일을 해봤기 때문에 나는 카페를 가든, 식당을 가든 항상 먼저 인사하고,

나갈 때에도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나간다.

지금껏 그래 왔지만 앞으로도 더욱 진정성을 담아서 카페 알바생님들에게 인사해야겠다 ㅋㅋ

 

 

 

이상, 3일 체험 삶의 현장 카페 알바 편 끝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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