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30 - [일상, 주절주절] - 자궁 근종 수술_수술 전날 및 당일 수술 준비 (호산 여성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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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러웠던 수술 경험
어려 보이는 간호사 선생님이 이제 수술실로 가자며 나를 6층에 있는 수술실로 데려갔다.
언니도 함께 따라나섰고, 수술실 앞에서 언니와 수술 잘 받고 오겠다며 인사를 나눈 뒤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 안에서 먼저 준비 중인 간호사 선생님 두 명이 계셨고, 나를 수술실로 데려간 젊은 선생님이 수술 침대 위로 올라가라고 안내했다.
"팬티라이너 때문에 속옷 입고 있었는데 어디에 벗어두죠?"
"아, 그럼 그거 벗어서 가운 주머니에 넣고 올라가세요"
나는 발판을 밟고, 수술대 위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안내에 따라 다리를 올리는 거치대 위에 두 다리를 올렸다.
먼저 안에서 준비 중이었던 간호사 선생님 한 분이 나를 수술실로 데려온 젊은 간호사 선생님께
수술실 들어올 때는 헤어캡을 쓰고 오라고 한마디 하셨다ㅎㅎ
그 젊은 여자 간호사분은 입원해 있는 동안 몇 번밖에 보진 못했지만 표정과 말투가 좀 퉁명스러웠다.
나이가 더 있으신 간호사 선생님의 꾸짖음에 대답은 하지만 느낌이 '아 눼에 눼에~' 하는 것처럼ㅎㅎ
약간 잔소리 지겹다는 느낌이 말투에 묻어있음을 느끼며 수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누운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긴장해서인지, 서늘한 수술실에서 헐벗고 있어서인지
내 몸이 사시나무처럼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작게 떨리는 정도가 아니라 몸 전체가 요동을 쳤다.
"긴장돼서 떨리는지, 추워서인지 엄청 떨리네요..."
"네, 긴장도 되고, 춥기도 하실 거예요~ 수술실는 더우면 안 되거든요."
먼저 준비 중이셨던 간호사 선생님은 말투가 다정해서 좀 마음이 놓였다.
내가 추워 보였는지 어떤 흰 천을 배 위에 덮어줬지만 온기를 느끼기도 전에 다시 거두시고,
수술부위 소독을 하겠다며 내 가운을 위로 더 걷어 올리고 배와 질 쪽에 소독약을 흥건하게 발라주셨다.
가운으로 가슴만 가리고 다 벌거숭이 상태가 되었다.
더 춥고, 떨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마취과 선생님으로 보이는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내 담당 의사 선생님이 아닌 다른 남자 선생님이 들어오니 좀 민망했다.
내가 계속 떨자 자기들끼리 빨리 놓아주라고 했나? 뭐라 하더니
한소리 들었던 간호사 선생님이 내 링거에 어떤 주사기를 꽂고 있었다.
나는 마취 들어갈 때 '마취할게요'라던가, '마취 주사 놓겠습니다'라던가 환자한테 말하고 할 줄 알았는데
그 퉁명스러운 젊은 간호사 선생님이 아무 말 없이 뭔가 주사기를 넣고 있었고,
순간적으로 핑 도는 느낌이 들어서 "이거 마취 주사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리고 "네, 마취 주사예요"라는 대답을 들은 뒤 기억이 없다.
다른 병원에서 수술받고 후기 올린 사람들 글 보면 수술실에서 마취과 선생님들 오기 전까지는 아랫도리 다 가려준다던데..
호산 여성병원도 마취되기 전까지는 환자 심리를 위해서라도 좀 가려주면 좋겠다.
어차피 수술하면 다 보여줄 수밖에 없다지만...
그래도 맨 정신에 그런 일을 겪는 건 경험이 아니라 당하는 느낌처럼 느껴진다.
물론 병원이 모든 걸 환자 편의에 맞춰 줄 수도 없고, 그래야 하는 의무사항도 아니지만
그런 작고, 섬세한 차이가 환자들에겐 그 병원을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마취가 깨던 시점
사실 마취가 깬 지 얼마 안 되었을 땐 정신이 멀쩡히 돌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때 언니와 주고받은 이야기도 잘 기억이 안 나고 가물가물하다.
건망증이 있는 언니가 항상 "야, 전신 마취하면 기억력이 떨어져~"라는 말에 콧방귀를 뀌었는데ㅎㅎ
지금도 그게 지속적으로 기억력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마취가 깬 시점은 정말 기억이 흐릿하다.
"환자분, 환자분 눈떠보세요. 이제 침대로 이동해야 해요. 환자분 스스로 넘어가야 해요"
잠에서 깨서 처음 들은 소리다.
이동침대에서 병실 침대로 스스로 넘어가라는 이야기다.
"아.. 아파.. 아파요"
"네~ 그래도 환자분 넘어가야 해요. 무통주사 들어가고 있어요."
난 수술 통증을 느끼며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들어 씰룩거리며 침대로 몸을 옮기는 데 성공했다.
"추워.. 추워요.."
그러자 내가 언니에게 일러둔 대로 언니는 수면양말을 재빠르게 신겨주었다ㅋㅋㅋ 굿잡 시스터!
그리고 이불도 덮어줘서 몸의 냉기가 조금씩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간호사 선생님이 산소호스를 채워주었고, 무통주사 사용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무통주사는 계속 주기적으로 들어가고 있지만, 아플 때마다 버튼을 누르면 그땐 더 많은 양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렇게 약 3일간 지속될 거고, 버튼은 최소 15분에 한 번씩 누를 수 있다고 했다.
설명을 마치고 간호사 선생님은 사라졌고, 언니가 옆에서 뭐라 뭐라 계속 말을 많이 했는데 잘 기억이 안 난다.
내가 대답도 하고, 웃기도 했던 거 같은데 말이다.
신통방통한 무통주사
무통주사 때문인지 수술 부위 통증은 생각보다 참을만했다.
근데 계속 공복 상태여서 그런지 너무 갈증이 많이 났다.
언니에게 챙겨 온 손수건에 물을 묻혀서 입술 좀 축여 달라고 했다.
참고로 수술 첫날도 물 조차 금식이다.
수술 다음날 점심부터 죽을 먹을 수 있다고 했으니 거의 40시간 공복 상태로 보냈다.
언니가 손수건으로 입도 축여주고, 얼굴도 닦아줘서 조금 개운한 느낌이 들었고,
조금씩 정신이 돌아오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언니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ㅋㅋㅋ
난 참을만하고, 혼자 있을 수 있으니까 언니에게 집에 가서 쉬라고 말했다.
그렇게 언니를 보내고 휴식을 취했다.
진짜 무통주사 덕분에 수술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도 핸드폰 만질 힘이 있었다 ㅎㅎ
하지만 무통주사로도 해결이 안 되는 복병이 있었으니...ㅋㅋㅋㅋㅋ 이건 차차 써보겠다.
생각지 못했던 병실 이동
오전에 간호사 선생님께 수술 후 3층에서 지내게 되냐고 물었을 때에도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오후에 잠시 잠들었을 때 다른 간호사분이 오셔서 입원실로 이동해야 한다며 이동침대를 가져와 또 넘어오라고 하셨다.
나는 3인실인 이곳 쓰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하니 그곳은 수술 후 회복실이라며 6층의 2인실로 데려가 준다고 하셨다.
짐도 옮겨야 하는데 보호자 어딨는지 물으셨고, 나는 이동할 줄 몰라서 언니를 집으로 보냈다고 말하자
간호사 선생님께서 그럼 본인이 짐 챙겨주겠다며 꺼내놓은 물건들을 내 가방에 넣어서 챙겨주셨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씰룩씰룩 침대 이동 ㅋㅋ
한숨 자고 일어나자 기운이 너무 없었고, 저때도 마취가 완전히 깬 게 아니었는지 간호사 선생님께 주접떨었다ㅋㅋㅋㅋㅋ
"선생님, 이 방 침대는 정말 너무해요... 아무리 3인실이라도 너무 한 거 아니에요?
돈 없어서 3인실 쓴 것도 서러운데... 침대에 자동 리모컨도 없고.. 너무하다ㅠㅠ"
간호사 선생님은 바쁘게 물건 챙기며 건성으로 맞장구를 쳐주셨고 ㅎㅎ
이동 침대로 넘어오라 했다.
"아.. 아파요.. 후.. 선생님 잠시만요, 저 할 수 있어요. 저 강한 사람이거든요. 할 수 이따!"
이러면서 이동침대로 몸을 옮기고 ㅋㅋ
"선생님 저 잘했죠? 혼자서 씩씩하게 잘 넘어갔죠?"
진짜 왜 이랬는지 모르겠다.
막둥이로 컸지만 집에서는 애교도 안 부리고 자라왔는데 오히려 남들 앞에서 애교 같지 않은 애교가 막 나온다 ㅋㅋㅋㅋ
그렇게 6층 2인실로 들어왔고, 또 침대로 씰룩씰룩 이동.
근데 간호사 선생님이 침대 머리 위치를 잘못 알아서 거꾸로 눕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이동침대로 옮긴 후 또다시 병실 침대로 이동.
그렇게 수술 당일에 나는 5번이나 침대 이동을 해야 했다.
수술 첫날은 통증 때문에도 움직일 수 없고, 소변줄과 피 주머니를 차고 나온다.
그리고 배에는 복대를 차고 있는데 복대 안쪽에 딱딱한 판 하나를 덧대서 눌러준다.
수술 첫날은 그냥 종일 침대에 누워서 리모컨으로 상체를 조금 세우거나 눕히는 것만 가능하다.
수술 통증보다 더 괴로웠던 가스 통증
저녁식사 시간이 될 때까지 컨디션도 좋고 꽤 멀쩡했다.
근데 자궁근종 수술 후 하루에 3번 항생제 주사와 자궁수축 주사를 포함한 여러 가지 주사를 계속 맞는다.
저녁시간에 주사를 맞은 뒤 갑자기 어지럽고, 심장이 조여 오는 느낌이 들고, 숨 쉬기가 매우 힘들었다.
숨이 가빠졌고, 쇄골 쪽 맥박 뛰는 곳에서 터질 것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다.
계속 심호흡을 해도 상체 몸통이 아팠고, 가래도 조금 생겨서 기침이 나오는데
기침하면 수술부위가 아파서 시원하게 가래를 뱉을 수도 없었다.
결국 간호사 선생님께 알렸고, 원장님도 병실을 찾아주셨다.
수술할 때 주입하는 이산화탄소 가스 때문에 통증이 발생하는 건데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곧 좋아질 거라고 하셨다.
계속 호흡하고, 기침을 해야 빨리 호전된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리고 내가 불안하지 않도록 산소포화도 기계를 가지고 와서 체크도 해주셨다.
나연식 원장님은 정말 섬세하시다👍🏻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지치고, 괴로워서 언니에게 알렸더니 언니가 오후에 또 병실로 찾아와서 같이 있어줬다.
언니랑 얘기하고, 심호흡해주니까 조금씩 나아졌지만 첫날밤까지 몸도 쑤시고 꽤 힘들었다.
수술 통증은 무통주사로 완화되지만 가스 통증은 온전히 견뎌내야 하기에
애써 기침하며 깊게 호흡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렇게 첫날밤은 답답한 속을 다스리며 자는 둥 마는 둥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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