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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주절주절

나의 근황 및 이런저런 이야기

by 아이엠 제니 2021. 10. 10.

반 독립한 30대, 서로의 도움이 필요한 노부모와 늦둥이.



부모님 집 근처에 작업실+생활공간으로 이사한 지 한 달 정도 되었다.
작업실+생활공간을 부르기 쉽게 앞으로 아지트라 명명하겠다ㅋㅋ 독립 또는 자취라는 말은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이유는 말 드대로 완벽하게 독립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탁기가 없는 나는 빨랫거리를 들고 10분 거리에 있는 부모님 집으로 가서 밥을 먹는다. 애초에 완벽한 독립은 무리일 것을 알았기에 아지트를 부모님 집 근처로 알아본 것이다.

나를 떼어놓아 좀 편하겠거니 생각했던 부모님은 오히려 집으로 와서 밥을 먹지 않으면 서운해 하신다. 쓸데없이 돈 쓰지 말고, 집에 와서 밥을 먹으라며 아버지는 큰 소리까지 내신다 ㅎㅎ 그리고 엄마는 매 끼니마다 전화를 하셔서 집으로 와서 밥을 먹었는지 확인 전화를 하신다. 이게 오랜 시간 품에 끼고 있던 자식에 대한 애정인가 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는 날엔 완전한 독립이 되어야겠지만 아직까지 나 역시도 부모님의 도움이 필요하고, 부모님 또한 내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공생하는 노부모와 늦둥이 막내이다. 아직까지 서로에서 완벽한 독립이 낯설고 어색한.
천천히. 천천히 서로로부터 독립할 수 있길 바란다.


 

 

 

다양한걸 하는 수선집
골목 끝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나의 이웃 고양이





지나가 본 골목과 내가 사는 곳의 골목의 차이

 





한동네에서 정말 오래 살아서 이 동네 골목들도 잘 아는 편인데, 생활공간을 또 조금 옮겼다고 가봤던 골목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다.

몇 번쯤 지나가 봤던 골목인데 요즘은 버스를 타러 가기 위해 자주 지나치게 된 골목이 있다. 나는 요즘 이 골목을 들어설 때 약간은 설레는 기분이 든다. 이 골목에서 마주한 소소한 예쁨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밤이면 그저 어둡고, 좁은 골목으로만 느껴졌던 곳이 요즘은 가장 정겨운 골목으로 느껴지고 있다.

이 골목을 지나칠 때 보이는 저 안테나가 사랑스럽고, 이 골목 끝에 있는 정체가 모호한 수선집도 재밌고, 집이 있으면서도 골목의 정취를 느끼는 이웃 고양이를 만날 때마다 설렌다.

매번 그 골목을 들어설 때 어떤 귀여운 사물과 마주하게 될지, 골목에서 바라본 하늘에 어떤 구름이 걸려 있을지, 이웃 고양이를 만날 수 있을지, 그런 설렘과 기대가 생겼다.


 

 

 

 

 




길 위의 동물들. 너무나 다른 삶

 

 

 



나에게 설렘을 안겨주는 골목길의 나의 이웃.
이 노란 털을 가진 고양이는 길고양이는 아닌 듯하다. 어떤 집의 보살핌을 받는 고양이 같은데 이렇게 자유롭게 집과 밖을 오가는 삶을 사는 것 같다.

볕이 좋은 날은 맨바닥 담벼락 밑에서 낮잠을 청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주인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정성스레 깔아놓은 박스 위에 누워 빗소리를 가락 삼아 낮잠을 잔다. 골목에 누가 지나가거나 말거나 언제나 심드렁한 표정으로 '신경 끄고 가시게'라고 하는 거 같다.

이 고양이가 처음부터 반려묘였는지, 길고양이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내 눈에 이 녀석은 분명 자유와 보살핌을 받는 완벽한 발란스를 갖춘 행복한 고양이로 보인다.


그리고 하나는 바로 맞은편 골목인 내 아지트가 있는 골목에서의 일이다.
이 동네에는 길고양이들이 참 많다.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나는 한 검은 고양이를 자주 보았다. 이 녀석도 앞에 말한 고양이처럼 여유로워 보이지도, 부티가 나지도 않지만 나름 이 골목에 정을 붙이고 사는 아이 같았다. 하루는 남의 집 현관 앞에서, 하루는 담벼락 너머 낮은 지붕 위에서 편하게 누워 자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하루는 부모님 집으로 밥을 먹으려고 아지트를 나선 날이다. 집 앞에 늘 검정 SUV 차량이 세워져 있는데 그 차량 왼쪽 뒷바퀴 옆에 그 검은 고양이가 누워 있었다. 바깥쪽으로 뒷다리를 길게 뻗고 누워 자고 있었다. 나는 반가워서 인사를 했다 "너 여기서 자는 거야? 여긴 좀 위험해 보이는데~?" 하며 허리를 숙여 녀석을 바라봤다. 그런데 순간 오싹한 느낌이 들었다. 편하게 뻗은 뒷다리와 달리 녀석의 왼쪽 앞발은 위를 향해 꼿꼿이 편 상태로 굳어진 모습이었다. 그렇다. 그 검은 고양이는 낮잠을 자는 게 아니라 숨을 거둔 것이었다.

나는 놀라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고, 우물쭈물하고 있자 옆 건물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고양이가 죽었더라고~" 하고. 고양이의 모습만 보고도 그 녀석이 죽은 건 알았지만 할머니의 그 한마디가 드라마 속 의사의 사망선고처럼 들리자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과 눈물이 고였다.

 

 

 

 

2014년 돌보던 길냥이들
2014년 돌보던 팥빵이
2014년 돌보던 치빵이와 콩빵이
2014년 돌보던 치빵이와 콩빵이



나도 모르게 떠오른 길고양이들과의 추억

 

 

 

 




예전에 부모님과 살던 집에서 길고양이들의 급식소를 자처한 적이 있다. 당시 나는 애견용품 쇼핑몰을 작게 운영하고 있을 때였는데 그때 살던 반지하 집에 길고양이들이 자주 모였었다. 내 방 창문 밖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녀석이 있었는데 매일 밤마다 나를 찾아와 감시를 했다. 그 때 대형 택배 박스를 내 방 창밖에 쌓아두곤 했는데 길고양이들이 겨울이면 그 박스 위에 올라가 추위를 피했던 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는 그 길냥이가 올 때쯤 고양이 사료를 내어주곤 했는데, 녀석이 소문을 낸 것인지 나중에는 다른 고양이, 또 나중에는 작은 새끼 고양이들도 데려와 한번에 4~6마리가 와서 다 같이 밥을 얻어먹기도 했다. 그때 주인집 어른들이 허락해주셔서 다행이었다.

나는 그 아이들이게 이름도 지어줬었다. 색깔과 무늬에 따라서 호빵이, 치빵이, 콩빵이, 팥빵이 등등 빵자 돌림으로 지어주었다. 하루는 우리 집에 찾아온 던 여러 고양이들 중 한 마리가 밖에서 구역질을 심하게 하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무언가를 토해서 보았는데 구토한 찌꺼기에서 꿈틀거림을 보았다. 알고 보니 그게 회충인 것이다. 그날의 충격이 너무 컸다. 길고양이들은 몸속에 회충이 많아 그렇게 변으로, 구토로도 회충이 나온다고 한다. 그날 바로 회충약을 구입해서 녀석들 밥에 섞어주면서 까지 돌봤었다. 나는 그때 분명 그 길고양이들에게 빠져있었다.

 

 

 

 

 

2014년 돌보던 길고양이 호빵이

 



호빵이의 죽음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 같이 나는 늘 같은 자리에서 쉬는 호빵이를 보러 내 방 바깥으로 나왔다. 녀석은 쌓여있는 물건들 틈에 머리만 숨긴채 있었다. 나는 호빵이를 부르며 녀석의 등을 쓰다듬었는데 몸이 차갑게 굳어있었다.

아지트 골목에서 죽은 검은 고양이는 호빵이와의 이별을 끄집어냈다. 호빵이의 죽음 이후에도 나는 나머지 고양이들의 밥과 물을 챙겼고,  집 계약기간이 끝나며 이사를 하고 빵이들과 헤어졌다. 그 집을 떠나며 가장 큰 걱정이 빵이들 이었다. 내 도움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뒤로 하고 떠남으로서 나는 스스로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미안함이 있었다. 그 후로 나는 확실치 않은 선의를 베푸는것에 조심스러워졌지만 사실 무엇이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길지 않은 시간이라도 그녀석들을 돌본 것이 그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을지, 또는 이사를 가게됨으로서 아이들에게 혼란만 주었을지. 그 사실은 빵이들만 알 것이다.

 

 

 

 

 



길 위에서 죽은 동물 사체 처리는 구청 청소과

 

 

 

 



나의 반려동물이 아닌 동물을 화장까지 시켜줄 수 있는 노릇도 아니고, 호빵이의 죽음으로 배운 게 있다면 동물 사체는 구청 청소과에 전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호빵이가 죽고 대박이 데리고 다니는 동물 병원에도 물어봤지만 그곳도 죽은 동물들을 한꺼번에 소각하는 곳에 보내고 있으며 1kg 당 몇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길 위에서 죽은 동물 사체는 구청 청소과에 연락하면 알아서 거둬주시고, 이곳 또한 동물 사체만 따로 모아서 소각한다고 한다. 동물병원과 같은 방법으로 처리하지만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우선 구청 청소과에 연락해서 죽은 고양이가 있는 위치를 알려주었지만 나는 차 밑에서 죽어 있는 검은 고양이를 누군가가 쓰레기 봉지 같은 곳에 넣어 버릴지 걱정되었다. 그리고 고양이의 사체 주위로 점점 파리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너무 안타까웠다. 나는 프린터로 짧은 메시지를 뽑아서 죽은 고양이 옆 바닥에 붙여 놓았다.

인간만 행복한 지구가 아니라, 동.식물도 함께 행복한 지구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지구는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아닐 텐데... 왜 우리는 멋대로 이곳을 다스리는 걸까? 당장 대중교통을 편하게 이용하고, 매끈하게 깔려있는 도로를 달리면서도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게 모순이지만... 지구 상에 있는 다양한 생물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오면 좋겠다는 터무니없는 생각을 자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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