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살 때의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미디엄 템포의 팝 음악부터 켜고 시작했다.
그렇게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기분이 살랑살랑해지는 느낌을 좋아했다.
작업을 할 때에도 팝이나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듣기 좋은 음악을 틀어놓고 일하는 걸 즐겼다.
지금은 애인과 세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사는데 나름 대가족이라 생각한다ㅎㅎ
아침에 일어나면 애인의 맨 피부에 내 살 어디든 꼭 맞대고 함께 뒹굴뒹굴 핸드폰을 보며 시작을 한다.
그렇게 뒹굴거리다가 늘 먼저 배가 고픈 내가 먼저 일어나 침실을 벗어난다.
그러면 개아들 셋이 밤새 그리웠다는듯 나를 반긴다.
(사실 나보다는 밥이 그리웠던거겠지만ㅋ)
전 날 설거지를 해놓지 않은 날은 쌓여있는 그릇들 사이에서 아이들 밥그릇 부터 찾아서 씻어놓고,
세녀석의 밥을 차린다.
첫째 대박이는 밥을 준비하는 중에도 끙끙 앓는 소리를 낸다.
막내 밍구는 소리는 내지 않지만 내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며 언제 밥을 줄지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며 나를 쫓는다.
그리고 먹는것에 관심없는 둘째 철구는 내가 뭘하든, 두 형제가 얼마나 간절하든 따끈한 햇살이 내리쬐는 거실 바닥에 누워 멍청한 눈을 하고 눈동자만 조금씩 움직이며 우리를 본다.
아이들 밥 준비가 되면 한놈씩 정해진 구역에 밥을 놔주고, 나와 애인을 위한 아침을 준비한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아메리칸식으로 아침을 먹고있다ㅎㅎ
사실 다이어트를 시작한 애인 때문에 에그 스크램블과 통밀식빵, 치즈, 과일, 우유 이렇게 먹기 시작했는데 아침에 많이 부담스럽지도 않고, 맛있고, 아직까지 질리지 않아서 몇주째 쭉 그렇게 먹고있다.
(이 글을 올릴 때 다이어트는 안드로메다로)
내가 아침준비를 거의 끝마칠 때 쯤 애인은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귀여운 표정을 지으며 식탁앞에 앉는다.
가끔은 '일찍 나와서 같이 준비 좀 해주지' 싶다가도 그렇게 사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또 모든걸 내가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든다. 전생에 시녀였나? ㅎㅎ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개아들이 셋으로 늘어나며 나는 혼자 살 때 보다 아주 많이 날 위한 시간이 사라졌다.
혼자살 때 누리던 날 위한 시간이란 혼자 카페에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기도 하고, 아이패드에 끄적끄적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쓰거나, 이룰 수 있을지도 모르는 계획들을 적거나, 작은 사건 하나로 부터 시작되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 그렇게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에 집중하던 시간.
내 취향의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작업을 하고, 힘이 들면 커피 한잔 타서 SNS 구경을 하다가 그 날 그날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하는 것.
조용한 한 낮부터 책을 읽고, 책을 읽다가 잠드는 것.
동거와 함께 시골살이를 시작한 후로 무엇 보다 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시간이 거의 없어진 것 같다.
펜션운영과 주얼리 작업을 함께 하다보니 매일 매일 해야하는 일들이 쌓여있다. 아무래도 여자친구보다 내가 손재주가 낫고 펜션 운영은 고쳐야할 것도 많고, 만들어야 하는 것들도 많기 때문에 주로 내가 움직이며 해야할 일들이 많다.
여자친구는 우리의 사업들을 계획하고, 분석하고, 전략을 세우는 일들을 주로 한다. 그래서 여자친구가 늘 먼저 해야할 일들을 체크해주는 편이다.
서로가 맡은 역할이 이렇다보니 요즘 나는 많이 바보가 된 느낌이 든다. 생각할 겨를이 없이 움직일 일이 많으니 내 작업과 관련해서도 아이디어를 짜기는 커녕 맨날 처리할 일들만 하고, 발전없이 멈춰버린 것 같다.
그렇다고 아주 쉬는 시간없이 종일 몸을 쓰며 일하는건 아니지만, 체력이 약하니 일을 안하는 시간에는 일과 관련된 생각보단 그냥 아무생각 없이 TV를 보거나 SNS를 보며 늘어지고만 싶다.
이렇게 몇개월 지내보니 정말 바보가 되가는 것 같고, 창의적이지 못한 사람이 된 것 같다.
내 직업은 한없이 창의적이어야 하고, 많은 생각을 해야하는 사람인데...
그렇다고 혼자일 때가 더 좋냐고 묻는다면 절대 no다.
물론 1도 그 시간이 그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절대 그 때와 지금을 바꾸고 싶진 않다.
혼자 일어나 음악을 듣는 시간보다 잠든 여자친구 살을 쓰다듬고 맞대며 서로 모닝 뽀뽀를 해주며 일어나는 게 훨씬 좋고, 매일 혼자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여자친구와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카페로 데이트 가는게 좋다.
혼자 책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 여자친구와 마당에서 뛰어 노는 개아들들 바라보는 시간이 훨씬 더 행복하고 소중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정한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이거 하나만으로도 혼자일 때 보다 함께인 지금이 더 가치있는 삶이라 생각한다.
혼자살 때의 나는 피터팬 같았다.
평화롭고, 여유롭고, 아름다웠지만 사실상 현실에선 배고픈 예술가나 되었겠지ㅋㅋ
거지 안되게 만들어준 여자친구에게 감사해야겠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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