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 골반 MRI 및 수술 전 검사받던 날
지난 자궁근종 상담 때 담당 의사 선생님께서 초음파로 근종을 확인했지만, 수술 전 정확하게 크기와 위치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MRI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그런데 내가 수술할 병원은 2차 병원으로 MRI 기계가 없어서 협력 의원인 휴먼영상의학센터라는 곳에서 따로 MRI를 촬영해와야 한다며 검사 의뢰서를 작성해 주셨다.
MRI 촬영 후 검사 결과지와 CD를 가지고 수술할 병원으로 다시 오라고 했다. 결과를 담당 의사 선생님과 함께 확인하며 설명을 해줄 예정이고, 그 밖에 수술 전 필요한 검사를 해당 병원에서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7월 15일 날짜로
오전 10시 휴먼영상의학센터에 MRI 촬영 예약
오후 12시 수술할 병원인 호산 여성병원에 진료 예약을 했다.
MRI 촬영 시 유의 사항
예약 전날 휴먼영상의학센터에서 MRI 촬영을 위해서 필요한 안내 사항을 문자로 보내줬다.
- 예약 30분 전 도착
- 6시간 이상 공복 (물도 금지)
- 금속이 없는 팬티 착용
- 흑채 및 자석의 영향이 있는 악세사리 제거
- 심박조율기, 제세동기, 인공와우, 인슐린 펌프가 있는 사람은 진료 중 알리기
- 폐소공포증 있는 경우 진료 중 알리기
- 심장약 관련 약물은 반드시 복용하고 오기
등등 안내 사항이 있었다.
휴먼영상의학센터 위치
신사역 5번출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바로 K타워가 보이는데, 그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역에서 가까워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방문하기에도 용이하다.
검사 의뢰서를 깜빡하다 (여기부터 일 꼬임)
이 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평소 들던 가방을 안 가져가고, 에코백으로 바꿔서 들고 갔다.
많이 걸을 것 같아서 간편하게 가려고 에코백으로 바꿔 가져갔던 것 같다.
근데 가방을 바꾸면서 가장 중요한 MRI 검사 의뢰서를 빼먹고 왔다.
그 검사 의뢰서에 담당 의사 선생님이 어떤 검사가 필요한지 적어주셨는데...
맙소사.
딱! 도착해서 환자 정보 기입할 때 생각났다.
이것은 마치 해외여행 출국 시 공항에 도착해서야 여권을 놓고 온 것을 깨달은 기분과 같았다.
다행히도 휴먼영상의학센터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호산 여성병원에 연락해서 해결하겠다고 하셨다.
처리될 때까지 검사복으로 환복 하라고 안내해 주셨다.
근데 내가 환복하고 나서도 꽤 오랫동안 호산 여성병원과 통화하시고,
팩스로 의뢰서를 받았지만 잉크가 부족했는지 진하게 나오지 않아서 다시 메일로 요청하고...
나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정신없게 만들어서 너무 죄송했다.
그래도 퉁명스럽게 대하지 않아주셔서 또 감사했다.
갑자기 생리 터짐
생리예정일은 하루 뒤인 16일이었다.
보통 정확하게 생리를 시작했고, 조금 빨라지는 경우에는 가슴이 더 아프거나, 아랫배가 아파오는 등 전조증상이 있다.
그래서 좀 일찍 시작할 것 같은 날은 팬티라이너를 착용하고 움직이는데, 이 날은 진짜 아무 느낌도 없어서 오히려 생리를 늦게 시작할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하필 검사복으로 환복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뭔가 흐르는 느낌이 났다.
나는 바로 화장실로 가서 확인했는데 피가 검게 조금 비친 것도 아니고, 꼭 생리 둘째 날처럼 빨간 피가 흘렀었다.
아 진짜 이 날은 뭐가 씌었나 보다 싶었다.
순식간에 흘러버린 피 때문에 검사복 바지에도 피가 살짝 묻었다.
다행히도 생리대는 늘 가지고 다니기에 급한 대로 휴지로 속옷을 꾹꾹 눌러 피를 닦아내고,
생리대를 착용한 뒤 다른 새 검사복 바지로 갈아입었다.
(진짜 아침부터 너무 진상짓 해서 죄송합니다ㅠㅠ)
요리조리 찾기 쉽게 친절히 안내되어 있는 곳
한 층에 여러 방이 있어서 자칫하면 정신없고, 찾기 힘들 텐데 저렇게 바닥에 색깔별로 잘 표시가 되어있다.
그래서 간호사 선생님들께서 "여자 탈의실 보라색 선 따라서 가시면 있어요~"라고 설명해주면 바닥만 보고 따라가면 된다.
내가 앉아있는 동안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오셨는데 그렇게 색깔 따라서 잘 찾아다니셨다.
진료실 상담 -> 조영제 주사 맞기 -> MRI 검사
검사복으로 환복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조금 있다가 진료실로 들어오라는 안내를 받고 들어갔다.
진료실 안에서 의사 선생님이 전달받은 검사 의뢰 지를 확인하시고, 간단한 질문을 하셨다.
자궁 근종으로 어떤 불편한 점을 느꼈는지 물었던 것 같다.
나는 생리통이 심해진 것과 생리양이 많아진 것, 급박뇨 등을 말씀드렸고,
의사 선생님께서 어떤 부위 MRI를 촬영할 예정이며 조영제를 투여하고 찍을 거라고 알려줬던 것 같다.
(불과 며칠 전인데도 정신이 없었는지 이렇게 기억이 또렷하지 않다;;)
짧은 상담 후 나와서 또 기다리고 있으니 간호사 선생님께서 조영제 주사 놔주겠다며 부르셨다.
나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 때문에 정기적으로 채혈을 하기 때문에 피를 뽑거나 주사 맞는 것에 특별히 큰 두려움은 없다.
근데 조영제 주사를 놓는데 평소 채혈하던 것보다 더 아팠다.
저렇게 팔에 주사 바늘을 꽂아 놓는데, MRI 촬영 전에 조금 넣고, 검사 중간에 남은 조영제를 다시 넣는다고 했다.
팔을 움직이는 게 조심스러울 정도로 욱신거리고 아파서 주삿바늘이 일반 채혈 주사기보다 두꺼운지 물으니까 맞다고 하셨다.
조영제 자체가 좀 묵직한 액체라서 주사 바늘이 훨씬 두껍다고 한다.
역시... 아픈 이유가 있었어 ㅠㅠ
조영제 주사 맞았던 곳은 이틀 뒤까지도 좀 아팠던 것 같다.
처음 해본 MRI 검사
내가 받은 MRI 검사는 골반 MRI였다.
나는 MRI가 전신 모두를 스캔하는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부위별로 나눠서도 검사가 가능했다.
검사받기 전에 착용하고 있던 콧등에 와이어가 있는 마스크를 와이어가 없는 마스크로 바꿔주었다.
그리고 핸드폰과 탈의실 열쇠 등 소지품을 바구니에 담아 놓고, 검사 기계 위로 누웠다.
누우면 검사 담당 선생님께서 불편한 게 있을 때 누를 수 있는 버튼을 손에 쥐어주고, 이불을 덮어 주신다.
그리고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가 매우 클 거라며 이어 플러그를 귀에 꽂아주시고, 그 위로 헤드셋을 씌워주셨다.
선생님께서 골반쪽을 촬영하기 때문에 복부로 숨을 크게 쉬면 촬영 영상이 좀 잘 안 나올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했다.
그리고 기계 속으로 들어갔다.
통은 그리 넓지 않았다. 내가 마른 편인데도 불구하고 좀 좁게 느껴졌다.
덩치가 큰 사람들에겐 얼마나 더 답답하게 느껴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 긴장되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숨 쉬는것에 주의하라는 말 때문에 오히려 숨 쉬는 것에 신경을 쓰느라
호흡을 편하게 못해서 답답했던 것 같다.
나는 그냥 눈을 감고 있었는데, 정말 기계 소리가 컸다.
삐- 삐- 삐삐 막 이런 기계음이 크게 계속 들리는데 나는 헤드셋에서 나는 소린 줄 알았다.
근데 계속 듣다 보니 헤드셋 밖에서 나는 소리를 헤드셋이 그나마 막아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MRI 찍으며 잠든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신기하다.
나도 잠을 청하려 노력했지만 불규칙적으로 계속 들리는 기계음 때문에 쉽게 잠들진 못했다.
그리고 중간에 잠시 기계를 멈춰서 나를 꺼낸 뒤 남은 조영제를 마저 다 넣은 후
다시 기계 속에 넣고, 또 기계음이 연속해서 들렸다.
그렇게 약 총 40분 정도 검사시간이 소요되었다.
검사를 마치고 나오자 속이 조금 매스껍고, 어지러웠다.
그래서 처음 주사기 놔줬던 간호사 선생님께서 가라앉을 때까지 잠시 앉아서 쉬라고 하셨다.
공복이라서 더 그런 느낌이 있을 거라며, 검사 마치고 물 많이 마시고, 소변을 자주 보라고 조언해주셨다.
병원에 있던 귀여운 다육식물(?)들
의자에 앉아서 어지러움과 매스꺼움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좀 살만해 지니까 눈앞에 화분이 보였다.
작은 야자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파인애플처럼 보이기도 한 저 식물이 뭔가 깜찍해 보였다.
그래서 그 와중에 사진을 찍고, 간호사 선생님께 이제 괜찮다고 말한 뒤 주사기를 제거했다.
자궁근종 수술 전 골반 MRI 검사 비용
(자궁근종 수술 전 반드시 따져봐야함!)
비급여인 MRI...
사실 MRI 때문에 수술할 병원을 다른 곳으로 틀어버릴까 고민 많이 했다.
왜냐하면 입원해서 MRI를 촬영하면 실비 청구가 가능한데,
내가 수술할 호산 여성병원에서는 MRI 기계가 없어서 다른 곳에서 통원으로 촬영해야 하기 때문에
통원의료비 한도액만큼만 실비 청구가 가능하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실비보험이 초창기에 가입했던 보험이라서 보장은 5천 원 제하고 100%지만,
일일 통원 보장 한도가 10만 원 밖에 안된다.
하.... 인간적으로 여기서는 ㅅㅂ이 나올 수밖에 없다.
총 납부금액이 537,090원.
실비 청구하면 100,000원이 입금되고, 내 돈으로 437,090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돈 없는 가난한 나에겐 너무나도 큰돈이란 말이다!!!
내 한 달 아르바이트비 절반!!!!!
내가 여기서 더 걱정인 것은 수술할 병원인 호산 여성병원에 다인실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산부인과라서 병실 예약이 안되고, 수술 당일 상황 봐서 빈 병실로 배정된다고 하는데...
나는 혹시라도 다인실이 없어서 1인실로 가게 되면 어쩌나 지금까지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병실료가 상당히 비싸고... 식대도 일반 식대와 고급 식대가 있는데
급여 가능한 일반 식대는 진짜 보잘것없이 나와서 어쩔 수 없이 비급여인 고급 식대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후기들을 많이 봤다.
고급 식대 한 끼가 15,000원이다.
인간적으로 저 금액이면 밖에 웬만한 외식비 이상인데...
그나마 3박 4일 입원 예정이라 다행이지 만약 일주일 이상 입원해야 한다고 하면
누워서도 매 시간마다 돈 나가는 거 계산하고 앉았을 것 같다 ㅠㅠ
사실 3박 4일 입원해도 나는 그럴 것 같다 ㅠㅠ
생애 첫 수술을 앞두고, 수술이 두려운 것보다 병원 청구금액이 더 두려운 상황이라니...
진짜 돈 때문에 너무 서글프다.
자궁 근종이 흔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자로서 자궁에 칼을 댄다는 게 심리적으로 매우 속상한데, 돈이 사람 더 속상하게 만든다.
내가 이런 금전적인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진행하려는 이유는
진짜 담당 의사 선생님을 신뢰하고, 믿어보겠다는 의지 때문이다.
긴 상담시간을 통해서 진짜 그분이 수술을 잘해주시길 바라는 마음 단 하나로 굳혔다.
글이 길어져서 같은 날 호산 여성병원에서 추가 수술 전 검사받은 것은 2편에 적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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